나의 이야기

가을밤 넋두리

비상하는 날개 2007. 11. 7. 15:40



날씨가 가물어서 열매들이 살이 없다.

곶감하는 사람들은 연실 감나무에  물을대고

조금이라도 크라고 정성을 다한다.

 

시골사람들은 요즘 한창 벼베드라고, 벼말리느라고...

심어놓은 콩 거두어들이고, 말리고, 하느라고 하루가 넘 짧을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난 넘 놀고 먹는 것 같다.

 

시골사람들은 어쩜 그리도 쉬지않고 일들을 하는지 참으로 존경스럽다.

난 그들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간다.

농사는 짖지도 못하지만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차다.

참으로 고단한 삶들이다...그들은.

그래도 해가뜨면 일어나 밭에 나가고, 논에 나가고,

해가지면 꾸역꾸역 들어와 잠들을 청하겠지.

다른데로는 눈돌릴 틈도 없지만 생각도 없다.

 

우리동네 노인한분은 낮에는 대서소에서 일하고 바쁠때면 딸기농사에, 머위농사에

얼마전엔 하우스를 두동 더 늘렸다.

연세가 80에 가까워 오는데도 허리는 항상 구부정하고

마누라는 농약통에 어떨땐 리어커에 다부지게 일하신다.

 

인생의 목표가 뭘까?

어디를 향해서 가는 것일까?

내가 가방을 메고 출근할때면 그들은 한나절 일하고 온 모양 옷가지에 흙이 묻어있고

인사하기도 민망해서 난 빨리 눈인사로 무지 바쁜양 종종걸음으로 그들 곁을 떠나버린다.

그렇게 6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어제도 그랬듯이 부지런히 뭔가를 찾아 일하신다.

그들은 무슨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진짜 궁금하기 짝이없다.

그러나 묵묵하고 헛소리 한번 안하는 그 노인네는 나름데로의 인생의 깊은 철학이 있을법도 하다.

 

가을은 깊어가고 겨울이 오기전에 모든 것들을 거두어야 하기에...

그리고 겨울에는 열심히 하우스에서 딸기를 키워 내년을 기약해야 하기에...

오늘도 그들의 걸음거리는 바쁘다.

 

몇칠전에는 이틀전에 뵈었던 정정하신 분 한분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 하셨다.

내가 그렇게 되지 말란법이 없것만

우리들은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을 살것처럼 그렇게 산다.

난 그들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인생의 방향도 방법도 틀리지만 다만 그들을 바라볼때면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나도 과연 그렇게 살수있을련지...

 

삶은 진짜 고단하다.

그들을 보면 삶의무게가 더 무거워진다.

차라리 저 하늘나라로 빨리가면 그 무게가 없어지려나...

사는 동안은 우리어깨의 짊을 무거워 하면서 살면은 안되는데.

 

그분들은 그 삶의 무게을 무거워 할까?

아님 그냥 주어진 삶에 순응하면서 사는 것일까?

 

난 시골에 내려와서 살면서 그들의 숭고한 삶에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얼마나 내가 교만하고 이기적인 삶을 살았나 뉘우친다.

 

지금도 그들은 피곤한 몸을 가누지 못하며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

허락되어진 시간만큼 ...

 소중하게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이밤 한번 더 해본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잘못 살아온 내 삶을 뉘우치라고

하나님께서 이곳에 보내셨나 하는 생각도 한다.

 

철없고 고삐풀린 망아지인양 살아온 나의 넋두리가 넘 길었다.

그래도 난 아직도 철이 없다...ㅎㅎㅎ

 

2006.10.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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